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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연말,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 그 회복을 향한 발걸음이 지쳐갈 즈음이었습니다.
2주간 행정지원 근무로 파견 나간 속초생활치료센터(속초시 노학동). 82개 병상에는 코로나19 확진자 41명이 입소해 있었고, 단 2명의 공중보건의사와 6명의 간호사가 2교대 밤낮없는 근무로 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무증상, 경증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단 몇 시간 만에 호흡이 위태로워져 위중증 환자로 돌변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들이었기에 의료진을 비롯한 동원된 모든 인력이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긴박의 연속, 하루가 한시처럼 급히 돌아가는 생활치료센터에서 한별(이하 한), 허지우(이하 허) 간호사가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끝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1,058명 환자(속초생활치료센터 누적 퇴소자, 2022년 1월 6일 기준)를 건강히 퇴소시킨 그들입니다.
코로나19 최전방을 사수하는 하얀 방호복의 영웅들! 그들과 나눈 생활치료센터의 하루를 전합니다.
- 글쓴이 註
Q. 언제부터 속초생활치료센터 근무를 시작하셨나요?
한 : (2021년) 7월 (센터) 오픈할 때 연락을 받아 오게 되었어요.
허 : (2021년) 9월부터 일했습니다.
Q. 생활치료센터가 일반 병동과는 많이 다른 거 같은데, 그동안 생활치료센터 근무는 어떠셨어요?
한 : 코로나19라는 질병에 처음 대응하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고 생각해요. 타 병동에 비해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는데, 저희가 유창하게 외국어를 하지 못해, 미숙하다 보니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한국어를 아예 못하시거나, 자국어조차 글로 쓰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한 번은 번역 앱도 쓰지 못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가 있었는데, 완치해 퇴소하시면서 한국말로 미숙하게나마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때 많이 울컥했어요.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어요.(웃음)
Q. 생활치료센터를 오픈할 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들었어요. 의료진이 하나하나 체계를 만드셨다고 하던데요.
한 : 기본적으로 외국인과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다문화 콜센터에 의뢰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해서 가이드를 마련했어요. 각 나라 번역 앱을 깔아서 일일이 타이핑 치고,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에 번역기를 요청해서 기본 샘플을 만들었어요. 퇴소 키트도 간호사들이 (키트 내 의료용품, 기기) 사용법을 일일이 영상으로 촬영해서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메시지를 보내요.
Q. 확진자가 들어왔을 때 의료진의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한 : (일반인 통행이 금지된 건물 지하 입구에) 내려가서 환자를 맞이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일반 병원의 환자 입원 루틴과 동일하다고 보시면 돼요. 기본적으로 바이탈 사인(vital sign/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 측정, 기타 증상, 자가약 복용, 과거 질환 등등 전반적으로 조사해요.
생활치료센터라고 하면 모든 게 비대면으로 이뤄진다고 알고 계시는데, 저희는 대면진료를 많이 해요. 물론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을요.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일반 폐렴 환자와는 다르게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의료원으로 전원(치료받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김)되는 경우도 많고요.
간혹 “생활치료센터에서 이런 것까지 봐야 돼? 단순히 약만 주는 곳 아니야?” “비대면인데 왜 자꾸 들어오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의료진이다 보니 걱정되서 계속 가서 들여다보게 돼요. 코로나 환자들 중에 자기 증상을 잘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열이 39도가 넘는데도 정작 본인은 열이 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다 일반 병원에는 환자들마다 모니터를 달고 있는데 여기는 없어요. 그래서 자주 대면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긴 해요. 그래도 환자분들이 잘 따라오시고, 방역팀과 행정팀도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잘 해나가는 거 같아요.
Q. 확진자 환자들을 돌보시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노출 위험이 있진 않았나요?
허 : 무섭거나 힘들진 않아요. 아무래도 처음엔 방호복 착용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것보다 마스크를 쓰고 환자와 대화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머리도 많이 아프고...(웃음) 방호복을 입으니까 환자들과 대면하는 것은 힘들지 않아요. 옮길까 봐 걱정하는 것보다는 육체적인 것이 더 힘들어요. 잘 입고 잘 벗고 평상시에 손 씻기라든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적어지니까.
그리고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이 아니다 보니까 ‘응급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응급조치를 잘해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많이 제한적이에요.
한 : 맞아요. 다들 의료진이니 한 번쯤 방호복을 입어봤음에도 2시간 넘게 입다 보면 힘들어요. 한여름에는 정말 너무 더우니까 답답하고... 방호복을 입는 것보다 환복할 때 가장 오염되기 쉬우니까 그때 서로 조심해요. 처음에는 겁도 났는데 규정대로 순차적으로 하면 되니까 지금은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Q. 코로나19 의료진으로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한 : 지금 시국이 시국인 만큼 방역수칙을 지켜주시는 건 다들 너무 잘해주시는 거 같고, 개인적인 바람은... 생활치료센터에는 없긴 한데 의료진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동기들, 동료들, 저 또한 겪어본 적이 있고요. 코로나 검사를 해주다가 그런 일을 겪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의료진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코로나19에 감염돼서) 생활치료센터 오시면 당황하시고 놀라시는데, 걱정하지 마시고 처방해 드린 약 잘 복용하시고 치료 방침을 잘 따라주시면 쾌차하실 수 있으시니까, 의료진을 믿어주세요.
허 :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져서 다들 지치고 힘드실 텐데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글 : 전영민
인터뷰 : 한별, 허지우 간호사
사진 : 이다은 간호사(속초생활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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