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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올림픽의 평화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작된 평창 국제 평화영화제.
‘다시, 평화!’를 기치로 내건 이 영화제가 코로나 19 팬데믹과 남북 관계 경색이라는 내우외환에도 지난 6월 18일 개막, 88개 회차에서 12 개관 매진, 극장과 야외 관객 4,760명 참여로 점유율 63%(총 좌석수 7,556)를 기록하며 6월 23일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가장 철저한 방역’을 내세우며 모객에 힘쓰던 중 개막을 코앞에 둔 이틀 전 16일,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평화제는 최악의 분위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으니 관련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선전’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5월 말에 열린 전주 국제영화제는 관객 없는 온라인으로 치렀고 6월 초 개막한 무주 산골영화제도 무관객으로 진행하면서 첫 오프라인 국제영화제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에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부터 영화제의 명칭 변경과 영화제 강행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한 끝에, 끝내 이 영화제를 연착륙으로 안착시킨 방은진 집행위원장을, 개최 시기를 놓고 한창 골머리를 앓던 4월 말쯤에 춘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평화라는 화두와 코로나 19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는 문화예술계를 염두에 두고 모든 일을 기획했다는 그.
영화제 출품작 공모와, 상영작들을 선정하고 고민 끝에 규모 축소를 결정하고, 야외 상영 프로그램과 PIPFF 페스티벌 내용을 늘리고, 방역을 최우선으로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까지 그와 실무진들의 고심은 깊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지역 주민들, 그리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영화인들의 호평을 얻어내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그는 3년 전부터 강원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강원도 영상 인들과 영상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습니다. 결국 평창 평화영화제를 맡은 이유와 괘를 같이 한다는 그와 나눴던 지난 이야기를 이제 공개합니다.


요즘 고민이 많으신 걸로 들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음, 사실 정신없이 지내지요. 앉으나 서나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느라고 피가 마르네요. 올 초부터 명칭 얘기가 나왔어요. 평화라는 주제를 지속시키느냐, 남북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계속 가져갈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했죠. 국내외 정치적 상황도 살피랴, 여론도 살피랴, 지자체의 입장과 영화제의 탄생 배경과 가치를 계승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했죠.

어떻게 강원도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강원도에 발을 딛게 된 건 강원영상위원회일을 맡게 되면서부터 거든요. 강원도의 숨겨진 장소와 크고 넓은 자연, 그 어딘가 한 줌 땅에 영화 촬영 세트장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꿈 때문이었어요. 마침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 첫 삽 정도만이라도 뜰 수 있게 할 수 있으면 영화인으로서 영화계에 조금이라도 공헌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게 작은 바람에서 위원장직을 수락하고 강원도로 오게 되었고 평창 영화제까지 오게 되었네요.
참 공교롭게도 최고로 핫한 시기에 일을 맡게 된 거예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를 함께 치르게 되었고 스포츠 아리 컵 등 등 시대적으로 이슈가 되는 일들이 많았어요. 결과적으로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로 평화올림픽 성공 개최지로 세계인들에게 각인이 되었던 순간들을 함께했던 거지요. 그래서 올림픽의 평화정신을 계승하자는 데 공감을 했던 겁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부모님이 평안남도 출신으로 실향민이시라서 강원도 정서와 맞닿은 부분이 조금 있어요. 그래서 영화 연출하듯이, 해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참 쉽지 않아서 고군분투하는 중이지요.

남북 관계도 악화일로이고 코로나 19로 추진 과정이 몹시 어려웠을 텐데요…….
강원도에 독립영화제는 있지만 국제 규모 영화제는 처음이자 유일하지요. 남북의 문화교류에서 강원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국제적으로 평화라는 주제를 가진 영화제는 많은 데 남과 북을 제목으로 하는 경우는 사실상 드물지요. 그런 만큼 영화제가 그 한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데 거의 1년 반 동안 국제정세와 맞물려 요동을 치다 보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지요. 지난해에 남북평화영화제인데 북한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제를 치르면서 제목을 고민하게 되었지요. 사실상 굉장한 숙려의 시간 끝에 이 행사를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추진하는 게 맞을까, 과연 도민들이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까. 그 와중에 대한민국이 코로나를 잘 이겨내는 국가로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방역체계가 잡혀가고, 일상의 평화가 깨진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분이 짓눌려 힘들어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분들에게 강원도라는 공간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침체된 영화계에 숨구멍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을 결정했지요.

그럼 준비는 얼마만큼 되었나요?
영화는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이 제일 우선하지요. 아시안 프리미어, 코리언 프리미어 라인의 영화를 상용해서 좋은 평을 받았지만 강원 도민에 대한 배려나 만족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어요. 그래서 장소적인 부분을 더욱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 평창이라는 브랜드를 평창이라는 장소적인 의미가 있어서 논의 끝에 그 부분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멀티플렉스를 포기하고 야외 상영 위주로, 피크닉 같은 시네마를 하고 싶어서 조율 중입니다. 또 지난해부터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월정사 시네 콘서트는 다행히 협의가 잘 되어서 올해 가능하게 되었어요. 지역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프로그램도 늘렸습니다. 영화인의 기대와 도민의 기대가 꼭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도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와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평창 대관령 면과의 접점을 찾아 밀착하려는 작업을 오래전부터 해왔으니 올해는 지역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도 준비 중이고요.(실제로 영화제 기간 중에 축제처럼 각종 공연과 전시 등이 열려 평창 주민들이 많이 다녀갔다)

지난 3년간 영상위원회도 많은 일들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영상위원회에서도 코로나 이기자 프로젝트 같은 대중적인 사업으로 강원 영상 인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지요. 이 사업은 영진위도 하고 있지 않은 사업으로 영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 촬영을 발굴해서 10장만 가지고 오면 누구나 50만 원을 받을 수 있어요. 또 아카데미도 개설했습니다.
사실 부산 국제영화제도 처음에 영상위를 만들고 80억 예산으로 시작했지만 국내 온갖 관공서와 도로는 다 부산에서 촬영하는 인센티브 사업을 했어요. 같은 맥락입니다. 또 실제로 촬영을 하게 되면 15회 차 이상 되면 커피차를 쏩니다.
영상 쪽은 공격적으로 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강원도는 토양이 탄탄하지는 않거든요.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수많은 질타가 이어지는 시간을 견뎌야 낙수를 거둘 수 있어요. 영화는 절대적으로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세리 엄마’ 역으로 젊은이들에게 새삼 얼굴을 알리셨는데요, <메소드> <집으로 가는 길>의 감독이시기도 하시잖습니까? 준비하시는 연출작이 있으신지요?
영화제 끝내고 영상위원회 일을 하다 보니 준비 중이던 영화 2개를 엎었어요.
당시에 참 피폐해 있었는데 이준익 감독이 우정 출연을 제안해서 자산어보 촬영장을 갔죠. 그런데 그 시간이 치유를 주더라고요. 계속 “배우 해, 배우 해!” 그러시는데 사랑의 불시착을 출연 제의 연락이 온 거죠. 그래서 다시 배우를 하게 됐죠. 두렵기도 했지만 배우를 하는 동안은 살아있는 언어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연출은 사실,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지금 계획하고 있는 드라마 하나, 영화를 하나 정도 할까라는 고민이 있거든요
아무튼 저는 현재만 생각합니다.
영화는 계속 변수가 많아요. 철저하게 준비해도 항상 생깁니다. 촬영 현장도 매일 사건 사고가 일어나요.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가 있는 그런 경험들을 하게 되면 늘 의심이 많아지고 집요 해지는 데 한편으로는 이건 하느님이 도와줘야 하는 거다 하는 마음이 들지요. 그래서 요즘은 배우로서의 길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손혜진의 엄마로 우아한 귀부인이지만 자산어보에서는 쪽지고 주름살 진 내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그게 또 참 좋더라고요.

자칭 타칭 '이주 감자'라고까지 불린다는 그.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기도 한 그는 영화를 사랑하고 하루를 영화에 온전히 바치는 천생 영화인이다.
한번 맺은 인연, 오래도록 강원인의 한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조은노
사진 : 성용진 강원도청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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