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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일 거예요.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에 게재된 DMZ 표지 사진을 보고 연락을 드렸던 것이.
어렵게 연락처를 확보하고 조심스럽게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는 운을 띄웠는데 응답은 참 담백했어요.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일 새도 없었죠.
“얼마든지요. 공적 목적인데요”
그렇게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어 지난 5월 2019 영월 동강 국제사진제 운영 팀으로부터 동강 사진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을 때까지도 일면식도 없이 전화로 만나는 사이였습니다. 해외 출사가 많아지면서 때로는 간혹 문자로, 최근까지는 주로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눠 온지 만 5년.
도움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해외에 강원도를 소개할 자료들이 없어서 애면글면 하면서 DMZ 소개 홍보물을 만들 때에도, 2년 전 동트는 강원 창간 100호 기념 전시회를 기획할 때에도, 지난 9월 고성에서 개최되었던 DMZ 평화예술축전 ART FESTA 까지도, 그 흔쾌함은 변한 적이 없습니다.
늘 한결같았습니다.
아직도 인상 깊이 남은 기억의 편린이 있습니다. 철원 북방의 풍천원의 새벽 풍광을 담은 컷에 대한 일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이 좋아서 욕심을 내었지요. 푸른 새벽을 가르는 두루미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동강 사진상갤러리로 검색은 동트는 강원 115호 https://bit.ly/2K0Ayby)이 그렇게 매혹적이었습니다. 대형으로 제작해서 100호 기념 전시회의 메인으로 올리려고 했지요.
“잠시 만요, 액자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찾아봐야겠지만요. 굳이 예산을 들일 필요 없이 찾아서 보낼게요” 결국 일본 니콘 본사에 걸려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우리 쪽에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 쏘 쿨한 정서는 잊지 못했습니다.
동강 국제사진제 기획전 준비가 한창이었던 지난 7월, 동강 사진박물관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그를 만났습니다. 이슈들이 많다보니 자꾸 연기되고, 어차피 늦은 참에 차라리 전시회가 끝나고 화보로 기획을 하는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하여 115호에 소개하게 되어 이제서야 대담 내용을 펼쳐보입니다.
- 안녕하세요? 최근의 DMZ 사진도 있네요?
예. 케이블 방송사 다큐 팀과 같이 작업하는 일이 있어서 화천 가칠봉을 바로 직전에 다녀왔습니다.
- 동강 사진상 수상의 의미를 짚어주세요
동강 사진제는 역사와 권위가 있는 사진 제이고 동강 사진상은 어쩌면 작품보다는 작가관이나 활동 전체를 관통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일생을 반추한 달 까요. 특히나 주변의 추천으로 선정이 되다 보니 단순히 기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이 동반되지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결과물을 내야겠구나 하는 채찍질도 됩니다. 사진으로는 가장 권위가 있는 상이지요.
- 주제를 DMZ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동강 사진 수상자 전시회는 평생 촬영해온 것을 모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사무국에서 제안을 하더군요. 그리고 또 그동안 해왔던 경계를 주제로 하는 삶과도 공통점이 있어서 결정을 했지요.
국내의 경계는 남과 북이 있고 육지, 바다, 그리고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선에서의 경계점이 있지요. 정전 협정의 합의 부분인데 당시에 사실 바다에서의 경계를 정하지 못해서 아시다시피 지금도 NNL에 대한 시시비비가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그런 부분을 담은 사진이고요, 임진강은 어떤 면에서는 마음의 경계이자 또 다른 마을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비무장지대의 시작이자 우리나라 1호 GP입니다. 임진강에서 시작된 기록이 고성까지 이어지는 거지요. 분단의 경계, 외국에서의 경계 이야기를 다루는 전시입니다.
- DMZ를 주제로 독일에서 출판 기념회와 전시회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사진집 출판을 했고요, 뉴욕과 프랑스와 서울에서도 관련 전시회를 했지요. 그때의 사진들도 걸려있습니다.
그때 화두가 되었던 대전차 장애물 경계석 이야기입니다. 용의 이빨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치(龍齒)라고 하는데 서울 춘천 등에 다 세워져 있지요.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전차를 앞세우고 내려와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나서 남한에서는 이 대전차가 트라우마가 되었어요. 그래서 장애물을 많이 만들었지요. 이념의 산물인데 사실상 한 번도 사용한 사례가 없는 거예요. 인접 지역의 주민들은 이 경계석의 철거를 요구하고 군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분단의 상징물이 되었죠.
군포시의 애기봉에서 망원으로 보면 북한땅에도 같은 설치물이 보여요. 그래서 후속 작업을 하게 됐어요. 독일도 마찬가지인데 심지어는 불리는 이름도 같아요. 드라켄 제네(die Zähne des Drachen)라고 하는데 용의 이빨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그곳에서 촬영을 하게 되었고요, 2차까지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1930년대 히틀러가 실권을 잡고 나서 독일 국경전체에 탱크 방어벽을 만들었지요. 지크프리트 라인(eine Ziegfriedlinie)이라고 하는 데 바닷가에서 시작해서 스위스 알프스까지 이어져요. 10미터마다 이어져 있어요. 이곳의 용치도 한번 써보지 못한 거지요.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영국에도 있어요. 1940년대 초, 독일의 영국 침공 계획을 알아챈 처칠 수상이 이 대전차 방어벽을 건설한 거지요. 그러고 나서 확인해 보니 유럽 전역에도 있더군요. 역시 마찬가지로 사용된 사례는 없고요. 영국까지 촬영하고 나서 책으로 낼 계획입니다.
- 어떻게 DMZ를 기록하기 시작했나요? 출입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건군 60주년 기념으로 영상 기록을 의뢰받아 사진 작업도 같이 진행을 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이라 처음에는 찍을 게 없었어요. 무기나 군인도, 사람이 다니는 것도, 철조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난감하더라고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과 들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까 비무장지대에 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지요. 마음이 반영되어선지 굉장히 슬퍼 보이는 거예요. 몇 년간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곳은 그대로 두는 것이 맞겠구나 싶었고 그래야 미래의 방향도 결정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GP 한 곳을 문화재 구역을 만든다고 하는 데 이견이 많은 부분이고 용치의 경우도 철거와 존치에 관한 대립 의견이 있으니까요.
- 인물 사진도 많이 촬영하시잖아요?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표지에도 게재되었었지요?
아시아 오지의 주민들을 만나게 되면 그 눈빛에 사로잡히게 돼요.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몹시 강렬해요. 대부분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주로 그래요. 한국은 단일 민족이지만 아시아 국경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소수 민족입니다. 경계인으로 불리는 데 이들은 대부분 경계선을 따라 나눠 소속되어 있어요. 그들의 족적을 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빛을 담게 되었습니다.
- 언제까지 촬영하실 수 있으실까요?
찍을 수 있을 때까지요. 외국에 많이 다니다 보니까 아내와 늘 동행을 합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보조 역할도 해주니 저로서는 참 다행입니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요.
- 영월도 자주 오신다고요?
강원도를 좋아해서 옛날부터 살고 싶었습니다. 사실 평창 진부에 집을 짓고 싶어서 땅을 샀기는 했는데 집 짓기가 어렵더라고요, 오대산 밑이거든요. 강원도에서 살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국내에 머무는 날이 드물었던 그가 강원도에 살고 싶은 마음을 품었다니 홍보가 주업무인 필자에게는 그처럼 달큼한 말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인터뷰 중간에 전시 작품 중 일부를 강원도로 기증하신다는 의중도 밝히셔서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마도 내년이면 DMZ박물관에서 강원도의 기록이 될 작품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 터입니다.
●글: 조은노 ●사진: 성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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