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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다시 찾은 2022년 봄.
칠흑같이 어둡던 일제강점기를 오로지 문학을 향한 열정 하나로 살아낸 김유정 작가 서거 85주기의 봄이기도 합니다. 체험적 소재인 빈곤한 서민의 삶을 마치 풍자처럼 적나라하고도 담담하게 써내며 근현대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유정. 그의 뛰어난 현실인식이 유달리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뭉클 타오는 청춘, 김유정을 기억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극단은 국내 최초로 김유정 개인의 삶을 다룬 뮤지컬 ‘유정-봄을 그리다’을 기획, 오늘 5월 20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대중에 첫선을 보입니다. 

이번 정기공연이 가진 의미가 남달라 보입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여 년간 91개 시군에서 14개 창작 작품을 157회 상연, 누적 관람객 62,000여 명 기록을 세운 도 대표 극단. 그간 작품 자체에 많은 의미를 두며 강원도 소재 신작 개발에 주력했던 극단이 올해는 강원 예술인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도 연극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배우, 스태프 등 강원 예술인과 함께 하는 배우 중심의 공연으로 도민에게 한 발짝 다가서겠다는 심사입니다. 이번 공연에 강원 연극의 산 역사라 불리는 최지순, 김경태, 송창언 원로 배우 3인을 무대에 올린 가장 큰 이유이겠지요.

공연을 열흘 앞두고 극단 사무국을 찾아 김혁수 예술감독과 최지순ㆍ김경태 원로 배우를 만났습니다. 김유정 인생을 되짚는 이, 그를 재현하는 이들이 들려준 김유정 이야기를 전합니다. 


 

Q. 이번 뮤지컬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혁수) 지금까지 김유정 소설과 관련된 공연들은 많았습니다. 장르를 떠나서 많은 공연 예술인들이 소설을 각색해 무대에 올렸고,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김유정 소설은 단편소설이어서 온전히 연극으로 옮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유정을 보여줄 방법은 그의 인생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김유정의 인생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짧은 인생이라든지 무모한 사랑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사실은 다루기가 조심스러웠죠. 공연 예술인들이 그의 삶을 다루는 것을 좀 꺼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김유정이란 브랜드가 확정되기 위해, 김유정 인생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관객들이 꼭 알고 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요.
(김혁수) 우리가 김유정 소설은 잘 알고 있지만, 김유정의 인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많죠. 그래서 이 작품 속에서 관객들이, 이 시대의 문학인들, 예술인들이 또는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궁금해하는 김유정에 대한 물음을 작품 속에서 던집니다. 가상의 인물, 영혼의 김유정을 등장시켜서 대신 질문을 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고, 객석에서 알고 싶어 하는 것들입니다. 그 가상의 영혼 유정을 통해서 함께 작품을 관람하시면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

 

 

 

Q. 이번 공연에 강원도 원로 배우 선생님들이 많이 출연하시던데요.
(김혁수) 제가 강원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오면서, 사실 그동안 했던 레퍼토리들을 보면 신작 개발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공공기관이잖아요, 도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공간인데 과연 도의 연극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분들, 배우, 스태프와 함께하는 작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작품 자체에만 의미를 뒀지, 강원도민 강원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작품이 없었던 것 같아서...

그때부터 강원도 연극을 지켜오신 원로 연극인들과 그 외 스태프적 요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그분들과 함께하는 작품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뮤지컬도 김유정이란 브랜드가 강원도 브랜드이니, 강원도 배우들이 당연히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최지순 선생님께선 1975년 10월 소설 봄ㆍ봄을 최초로 연극 연출을 하셨는데요. 김유정의 작품을 연극화한 과거와 김유정의 삶을 연극화한 이번 공연 모두 선생님께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최지순) 1975년까지만 해도 춘천에서 김유정이라는 사람이 춘천 출신인 것도 모를 정도로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그에게 관심이 있어 김유정의 <봄·봄>을 공연했고요. 이후 여러 해 동안 김유정 소설을 가지고 입체낭독극을 진행했고, 그렇게 점진적으로 사람들에게 (그를) 알렸어요. 

난 늘 ‘김유정 생가 마당에서 관광객 대상으로 김유정 작품을 상설 공연으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유정 작품을 늘 열망해 왔어요. 이번에 강원도립극단이 10주년을 맞아 김유정의 삶을 그린 뮤지컬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반가웠는데, 출연 제의까지 들어와 정말 기뻤죠. 다른 배우들보다 남다른 감정으로 작품에 임하게 됐고....(웃음)

내가 올해 일흔아홉입니다. 내가 또 언제 김유정 작품을 해볼 수 있을까... 최고령 원로 배우로서 젊은 배우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서는 기회를 줘 고마울 따름이지. 또 문화예술기관 단체장을 하면서 무대를 떠나 있었는데 다시 무대에 서게 돼 굉장히 기쁩니다.

 

 

 

Q. 김경태 선생님은 1975년 최초 봄봄 연극에선 장인 역을, 또 이번 뮤지컬에서도 장인 역을 맡으셨어요.
(김경태) 1975년 당시 25살에 장인 봉필 역을 맡았습니다. 과거에는 젊은이들 중심으로 연극이 움직였기 때문에 장인 역을 맡을 선배들이 없었어요. 당시에는 연기 좀 한다는 친구들이 노인 역을 맡았죠(웃음).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캐릭터 창조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어요. 목소리를 가성으로 내거나 허리를 굽히고 걷는 등 노인들을 보여 캐릭터를 연구했습니다. 덕분에 그때 강원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했죠.

50여 년이 지나 또다시 장인 역을 맡았는데, 지금은 본래 내 나이의 역을 하게 돼 마음이 편합니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하면 되니까(웃음). 아무래도 젊은이가 나이 든 역을 흉내 내는 것과는 다르게 지금 연륜이 있는 내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더욱 무르익은 장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Q.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김경태) 오랜만에 뮤지컬을 하니 노래 공부와 춤 공부를 하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힘들었습니다. 근데 춤을 다시 배우니 춤에 대한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최지순) 이번 작품 연습 중에 건강상의 문제로 며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걱정보다는 연습에 몰두하면서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어요. 건강도 회복하고 원하는 만큼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 하겠습니다.

(김혁수) 김유정의 공연을 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에피소드라고 할까? 과거에 김유정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제가 청풍김씨 같은 집안인데, 청소년 시절에 소설을 쓰고 희곡을 쓰고 했을 때 부모님이 상당히 반대하셨어요. 김유정이 그만큼 부정적이었죠. 김유정처럼 되면 안 된다. 그 시대엔 그랬습니다.

이번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집안 어르신들께 작품을 설명해 드렸는데, 너무나도 환영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격세지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나에게 김유정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최지순) 내게 김유정이란 ‘열망의 대상’이다.

(김경태) ‘내 연극 인생의 어머니’입니다. 김유정 소설을 공연화한 작품을 통해서 한국적 정서, 해학의 정서를 배웠습니다. 내 연기 생활의 토대가 됐어요. 배우로서의 밑거름이 바로 김유정의 소설입니다.

(김혁수) 청소년 시절 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문학을 계속할 수 있게 한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그의 예술세계가 정서적으로 공유할 부분이 참 많았었고요. 그 부분들에 대해서 제게 김유정의 예술세계는 ‘예술의 텍스트’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동트는 강원 독자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김경태) 김유정의 소설이 아닌 김유정의 생을 그린 작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많은 도민이 김유정의 소설뿐만 아니라 김유정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코로나19로 지쳐 있을 심신을 달래러 모두 극장으로 놀러 오길 바랍니다.

(김혁수) 강원도립극단이 올해로 십년이 됐습니다.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아직 연기예술 장르가 관객에게 그렇게 쉽게 다가가지 않고 있어요. 공연장의 문제, 지역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죠. 그렇지만 그것은 결국 관객들, 도민들이 얼마만큼 관심을 두고 직접 찾아주느냐에 따라 그 성패 여부가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저희도 당연히 열심히 해야겠지만, 가능하시면 직접 공연장에서 관람하시면서 연극 발전에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 전영민_강원도청대변인실

사진  박상운_강원도청대변인실

자료제공 강원도립극단 사무국

문의 033-255-0496. www.gwdt.or.kr
뮤지컬 <유정 - 봄을 그리다>
공연시간 : 100분
공연지역 : 춘천, 강릉, 태백, 속초, 삼척, 영월, 정선, 하남, 경주
관 람 료 : 전석 10,000원 (폐광 4지역-태백, 삼척, 영월, 정선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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