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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내 1호 사립식물원인 한국자생식물원이 국립으로 정식 전환했습니다.
초대 김창열(74) 원장이 22년간 소중히 가꿔온 식물원 전부를 무상으로 국가에 기증하며 시작된 일입니다. 오직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재래 식물로만 조성한 유일무이 식물원으로 당시 기증 규모만 202억 원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꽃과 들풀들이 더 큰 보살핌 속에 잘 자라나길 바라는 김 원장의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이곳에 뿌리내린 자생식물은 1,432종 209만 본. 2004년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그간 우리나라 특산식물, 희귀 식물, 멸종위기식물 증식과 보전, 관리에 힘써 왔습니다.
지난 9월, 동트는 강원 133호(10월호) 취재를 위해 평창 오대산 자락 700m 산기슭에 자리한 식물원을 찾았습니다.
초대 김 원장이 보여준 기증의 의미, 꼭 알아야 할 자생식물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 사립 1호에서 국립수목원이 되기까지 그 기나긴 여정을 현 신창호 원장이 자세히 풀어주었습니다.
자연이 곱게 색을 갈아입던 지난가을, 신 원장과 나눈 자생식물원 이야기를 전합니다.
Q1. 안녕하세요,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원장 신창호입니다.
Q2. 이곳 식물원의 역사가 깊던데요.
한국자생식물원은 올해로 '22+1년'이라고 합니다. 22년은 민간에서 운영했어요. 초대 김창열 원장님께서 22년 역사와 함께 식물원을 국가에 기증하셨습니다. 작년 7월 7일 기부 행사를 갖고 1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7월 4일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한지 1년이지만 22년 세월의 옷을 입은 역사가 깊은 식물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3. 사립식물원 1호 타이틀은 어떻게 갖게 되었나요.
수목원조성진흥법률이 2000년에 준비돼서 2002년에 발효됐습니다. 법률상 국립, 공립, 사립수목원으로 구분하는데, 사립수목원은 국가에 신청하게 돼 있습니다. 국가에서 필요한 사업을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말이죠. 김 원장님께서 수목원법을 만들 때 기여를 많이 하셨습니다. 수목원, 식물원이 활성화하려면 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신 분도 김 원장님이시고요. 그래서 본인이 제안한 법인데 '내가 1호로 등록되어야 하지 않겠나'해서, 법이 시행되는 즉시 1호로 등록하셨습니다.
Q4. 기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기부 총액이 202억 원 정도 됩니다. 식물원, 수목원이 세월의 때를 입을수록 더 가치를 발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 때문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공간, 모든 사람들이 자연과 친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흔쾌히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셔서 기부하셨습니다.
기부하실 때 100년의 약속이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국가에서 이 공간을 최소한 100년 동안은 식물원으로 운영해달라는 약속입니다. 100년을 운영하면 다른 것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거든요. 그만큼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고 그런 공간이 되기 때문에 숨은 뜻을 가지고 기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Q5. 식물원을 민간으로 운영한다는게 쉽지 않았을거 같은데요.
김 원장님이 1998년에 준비하셔서 99년에 민간으로 개원하셨습니다. 그 당시부터 우리 들과 산에 자라는 자생식물만을 이곳에 수집하고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셨어요. 다른 외래 식물 구매를 자제하셨습니다.
민간이 식물원을 운영하려면 수입이 들어와야 해요. 그러려면 관람객들이 많이 와야 하고, 그러려면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 심어져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주 올 텐데, 굳이 우리 자생식물만을 고집하신 것은 그분이 평소에 생각했던 자연사랑, 나라 사랑, 국토에 대한 깊은 애정이 내재해 있어서 그러시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민간으로 운영이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22년 세월을 굳건히 지켜주신 게 고맙습니다.
Q6. 식물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0ha 정도 됩니다. 1,432종 우리 자생 식물이 식재돼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멸종위기식물, 희귀 식물,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김 원장님께서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니면서 특이한 식물들을 수집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직 학회에 알려지지 않은 미기록종이나 신종 식물들도 상당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저희가 연구를 통해서 새롭게 이름붙여주고,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7.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자생식물, 희귀 식물이 있다면요.
우리 식물들은 다 알아야죠. 우리 땅에 자라기 때문에...(웃음) 근데 그게 쉽지 않잖아요.
보통 봄꽃, 여름꽃, 가을꽃, 대표적으로 30여 종을 알면 어디 가서도 전문가, 아는 사람이다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식물원에 ‘좁은잎해란초’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다 해, 난초 란을 씁니다. 원래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식물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여 놓은 것이지요. ‘꽃은 난초처럼 이쁜데 바닷가에서 자란다’ ‘바다에서 자라는 난초다’라고 해서 해란초입니다. 이렇게 우리 식물 이름들을 보면 형태와 용도를 알 수 있도록 선조들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금 꽃 펴있는 참나물, 참나리처럼 ‘참’ 자가 들어간 식물은 ‘진짜’ ‘좋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식물원에 오시면 그냥 이쁘다고 하지 마시고 이름이 무엇인가 알아보시고 왜 이렇게 붙였을까 공부해보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작약이라고 아시죠? 약재로 많이 쓰이는데, 꽃이 예뻐서 정원식물로도 많이 쓰입니다. 그중에서도 참작약, 산작약, 백작약은 자연에서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사람의 훼손이에요. 자생지에서 굴취해서 쓰다 보니까 자연이 스스로 개체를 늘려갈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이제 사람 손이 필요한 단계까지 접어든 식물입니다.
저희가 2004년부터 환경부에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지정돼있습니다. 그래서 작약이나 선작약 종류의 희귀 식물들 씨앗을 따서 증식시켜서 식물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너무 아파서 혼자 힘으로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것들은 저희들이 힘을 보태서 도와줍니다.
Q8. 식물원에 책도 많이 수장해 놓으셨어요. 참 색다른 분위기예요.
식물원 오신 분들이 첫 마중 공간을 보시고 굉장히 색다르다고 많이들 생각하십니다. 우선은 도서관 같거든요. 책 2만 2천 권 정도 수장하고 있습니다. 들어오면 도서관이 맞이하니까 ‘어, 식물원 왔는데 도서관이 있지?’ 하면서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꽤 있어요.
그 공간을 벗어나면 쉼 공간이 나옵니다. 먼 산과 가까운 나무 풀을 바라보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굉장히 좋아하세요. 15개의 전시원이 있지만 곳곳에 멸종위기식물들, 고유 식물들, 여러 가지 독성 식물들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다른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솔바람 갤러리라고 해서 미술 등 식물과 관련된 문화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식물원 동향이 ‘식물원은 무엇을 해도 다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계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박물관인데 식물원 속의 박물관이 되는 것처럼, 도서관인데 식물원 속의 도서관일 수 있고요. 구글이나 아마존 사업장도 그렇잖아요. 속에 들어가면 식물원 같은데 사람들이 근무하는 공간이에요. 식물이 사람이 주는 힐링, 정신적 육체적으로 주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자연을 접하면 일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문객들이 이런 부분들을 좋아하시는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야죠.
Q9. 국립으로 전환한 지 1년이신데,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아직 짧아서... 소소한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자생식물원을 운영하실 때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공간이 있습니다. 야생화 군락지인데요. 분홍바늘꽃, 벌개미취 이런 우리 꽃으로 군락을 이룬 공간이 있었는데, 큰 화재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열 분 중에 예닐곱 분은 물어보세요. 지금 그 공간에 무슨 꽃이 피어 있는지. 그런 아쉬운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올해부터 그 공간을 복원시키기 위해서 여러 설계도 하고 있고, 내년 하반기쯤에는 군락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계셨던 직원들은 나무와 식물을 심어본 기억만 있으세요. 식물을 베어본 기억을 전혀 갖고 계시지 않더라고요. 22년 동안 심기만 하셔서, 제가 고민에 빠졌어요.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각각의 식물 종이 살아가는 공간들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저희가 공원을 관리할 때 보면 꽃이 지면 다시 다른 식물로 교체를 해줘야 하거든요. 봄꽃을 보여드리고 여름꽃을 심어서 보여드려야 할 텐데... '심기만 하셨다' 이상하다 했는데, 자연의 교과서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자연스럽게 봄에 꽃들이 올라와 꽃을 피우고 시들고, 여름꽃을 심지 않아도 그 땅에서 여름 식물이 올라와서 피고, 가을꽃도 그렇게 순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요즘 정원 문화에 관심이 커지고 발전하고 있는데, 거기에 관한 교과서적인 장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찰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이 장소에 어떤 꽃이 올라와 피고 여름에는, 가을에는... 그러면 식재 조합이 나옵니다. 그게 하나의 정원 식재 관리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기기만 한 고집스러운 노하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추려서 대중에 알릴 수 있는 그런 연구를 하려 합니다.
Q10. 앞으로 계획은.
이 공간에는 관람객들, 교육받으러 오시는 분, 정말 쉬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불편하다는 말씀도 하세요. 죄송스러운 마음이죠. 앞으로도 힐링하고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일반 관람객들이 와서 매표하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가든 숍 등 별도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연구동을 완공할 계획입니다.
평창은 겨울이 깁니다. 겨울 6개월, 봄여름가을 6개월. 오신 분들에게 보여드릴 공간이 넉넉지 않아요. 특히 이 지역 학생들에게 남쪽에 있는 식물들을 좀 알려주고 교육해줄 수 있는, 체험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관람과 보존을 겸한 유리 온실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야생화 군락지도 원래 8천 평 정도 됐었는데요. 그 규모는 아니더라도 단계적으로 만들어서 오시는 분들이 ‘우리 야생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꽃 축제를 많이 합니다. 그 꽃의 대부분 99%가 외국에 있는 식물들 씨앗을 사 와서 증식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것도 더 아름다우면 아름다웠지, 뒤지지 않는다는 이런 것들. 한국의 자부심을 보시고 전국에 만들어가겠다는 벤치마킹 장소로 평창군을 알리고 식물원도 알릴 수 있는 서로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Q11. 동트는 강원 독자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지난 1월에 이곳에 와서 강원도 생활을 처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산림청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식물원, 수목원 운영을 거의 30년 해왔습니다. 최근 동향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아프면 우리도 정말 아플 수밖에 없구나’라는 큰 메시지를 준 것 같습니다.
강원도는 많은 산, 많은 생물자원이 있는 우리나라 보고, 생태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도민 분들은 굉장히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현대적인 시설, 도로, 인프라가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할 것은 이런 자연의 고마움, 자연의 소중함, 자연의 가치를 잃지 않고 마음의 중심에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라고요.
이제 그것을 특정인이 아는 지식이 아니라 모두가 알아야 할 상식이고 교양인 시절이 올 것입니다. 식물과 같이 살아야 한다! 원 헬스. 우리 인류가 건강해지려면 우리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식물이 건강해야 하고 동물들이 건강해야지 우리가 건강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건강해야 한다' 바로 원 헬스입니다.
우리 식물원에 자주 와서 배우고 가신다면 그런 소중한 가치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맑은 공기, 푸른 녹색으로 클린 했으면 좋겠고요. 자연을 품을 수 있는 도민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자생식물원이 많이 돕고 필요하시다면 찾아가서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많이 찾아오시고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전영민_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박상운_강원도청 대변인실
문의
국립한국자생식물원. 대관령면 병내리 403. www.koagi.or.kr/NBGK/. 033-332-7069.
운영시간 : 9:00 ~ 17:00(동절기 12월~2월 16시까지 단축 운영), 휴관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이용요금 :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교육ㆍ체험 안내 : 033-33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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