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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the Rhythm of Korea.
아마도 국악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봄 직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국악 리듬에 흠뻑 빠져든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보물 1245호)에 나의 소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 높은 문화의 힘’을 적어 넣을 때, 국악도 한 자락 차지했었으리라 감히 상상해 봅니다.
음악의 세계 제패.
경쟁을 의미해 문화를 가리키는 단어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K-POP에서 시작한 한류가 국악까지 이어져 한국의 전통음악도 널리 알려지는 순간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국악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을 법한 이 소망을 가슴에 담은 채 오늘도 하루를 보내는 국악인이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단의 상임 지휘자인 김창환 예술 감독입니다.
봄이 시작되던 지난 3월의 어느 날, 춘천 삼천동 국악회관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EPISODE 1. 
국악계 레퍼토리를 만들다 : 창작곡 미·락·흘(美! 樂! 扢!, Miracle) 

“네. 요즘 국악계 분위기가 조금, 아주 조금 살아나는 듯 보여요. K-컬처가 주목받으면서 좋은 모멘텀이 생기는 시점이고, 관객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와 컬래버 덕도 봤어요. 스승님들과 선배님들이 오래도록 노력해 온 성과가 이제야 빛을 좀 보는가 싶기도 합니다.”

지난 2022년 1월, 상임 부지휘자로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과 인연을 맺고, 2024년 4월 예술 감독이자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지역 언론에서는 ‘파격적인 행보의 지휘자’로 심심찮게 거론됐습니다.
일관되게 쭉 이어온 지역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창작곡 발표와 소위 대중에 먹힐만한 연주자와의 협연, 클래식과의 컬래버 무대 기획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라는 호평으로 이어지면서 관객 유입도 늘리는 긍정적인 낙수효과를 거둬들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특히, 2023년 선보인 창작곡 미·락·흘(美! 樂! 扢!, Miracle)은 이제 국내 32개 국공립은 물론 아마추어 악단에서까지 연주할 정도로 국악계의 주요 레퍼토리의 하나가 됐답니다. 인터넷 검색 플랫폼에서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연주 일정이 주르륵 올라옵니다.

국악인 겸 트로트 가수 김준수와 협연 장면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난감하네’를 기억하실까요?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풍류대장(JTBC)’을 즐겨보셨던 시청자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를 이 곡은 사실, 꽤 오래전 바람을 일으켰었습니다. 2006년 결성한 에스닉 팝 그룹 락(RAAK)이 주인공인데요, 이들이 판소리 수궁가를 재미있게 재해석한 퓨전국악인 ‘난감하네’로 2007년 국악방송이 주최하는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대상을 거머쥐었죠. 
당시에 한국음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에스닉 팝(Ethnic Pop)’ 장르를 개척했다며 주목을 받았죠. 전통음악을 토대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며, 작곡과 편곡, 녹음과 프로듀싱까지 진행하는 탄탄한 실력과 끈끈한 호흡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국악계의 아이돌’이라는 평가도 있었을 정도였다고 해요. 
김 감독은, 바로 그 밴드의 멤버였거든요.


EPISODE 2.  국악이 만들어 준 선물, ‘지휘자’

어떻게 국악을 좋아하게 됐을까요? 계기가 있었을까요? 물어봤죠.

“기타를 좋아해서 그룹을 했거든요.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자 싶어 예술고에 가려니까 문턱이 너무 높았어요.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국악 예고의 존재를 알게 된 거죠. 그때 음향을 맡았는데, 생각했죠. 판소리를 전공해서 목청을 틔우고 더 멋있는 기타리스트 겸 보컬이 되자고. 그 선택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죠. 왜, 국악을 전혀 몰랐던 관객도 첫 무대를 접하고 금방 빠져들 수도 있잖아요? 전공도 없이 들어갔다가 매력에 푹 빠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전공하려고 하니, 악기를 배우기에는 너무 늦어서 작곡으로 대학원까지 마쳤죠. 악단에 들어오고 현대 경향에 맞게 곡을 쓰고, 레퍼토리를 발전시키면서 소리 조합에 욕심을 내어 지휘를 배우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국악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작곡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쳤죠. 후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에서 국악 지휘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력도 화려해요.
2016년 국악방송 예술단 예술 감독.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 조감독. 
2020 KBS 국악 대상 작곡상 수상.
2023년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의 국악 작곡까지. 
국악계의 블루 칩이라 불린 만하지 않나요? 
공항철도 환승역과 종착역에서 흘러나오는 곡도 그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EPISODE 3. 생존의 고집: 창작곡에 지역을 담다

올해 그는, 전국을 오고 가느라 바쁩니다.
전국 지역 소재 국악단과의 교류를 시도, 협연 일정이 제법 빽빽이 잡혀있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진행하던 당시에도, 3월 18일 강릉에서 있을 국립남도국악원과의 합동 교류 연주회를 앞두고 남도 측 전속 연주 단원들이 춘천으로 찾아와서 일주일간 머물며 합을 맞추는 연습 중이어서 다소 긴장한 안색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시도죠. 연주자들의 음악적 교류는 물론이고, 무대에 오를 기회도 확대하면서 연주단의 수준 향상까지도 염두에 둔 거죠. 올해 총 6번의 교류 공연을 계획했어요.”라며 “지난 몇 년간 국악관현악축제가 뜻밖의 성황을 이루면서 지역 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들이 외연 확대에 뜻을 모았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지난 6월까지 그와 악단의 일정은 강행군이라 할만합니다. 
남도국악원에 이어 바로 포항에서 경북 도립국악관현악단과 공연으로 3월에만 두 차례의 협연, 4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5월 정선에서 다시 경북도립과 교류 연주회를 성공리에 끝냈어요. 11월 전남 진도, 12월 부산 방문 무대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두 번의 기획 공연도 있었죠. 지난 5월 강릉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추진한 ‘미디어아트 ×국악 & 클래식’한 기획 무대는 역시 이번에도 거의 매진이었어요. 오는 8월 13일 태백 정기연주회, 10월 3일 충북 영동군에서 열리는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와 2022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택받은 제3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의(10월 15일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술인들이 화합해 국악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축제) 3번째 무대도 중요합니다.

 ‘다시, 국악’이라는 기치로 뚝심 있게 시작한 첫해, 제1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서 김 감독이 도립국악관현악단과 연주한 ‘꿈의 자리’, ‘강원 시선’, ‘강원아리랑’, ‘미락흘(美! 樂! 扢!)’은 매진을 기록했고, 단원들은 서울에서도 소위 먹히는 공연을 할 수도, 완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국악계에서 다소 변방으로 여겨졌던 '강원'을 주목하게 했습니다.

2024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서의 무대

매월 1.5회 이상의 공연 기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만이 아닙니다. 
지난해도 17회, 2023년도에도 16회였죠. 2년 동안 매달 1회 이상, 때로는 두 번도 마다치 않았죠. 도청에서 주관하는 행사까지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 이 정도에요. 
놀랍지 않나요?


EPISODE 4. 인생의 진화: 나를 이끄는 꿈, ‘국악의 대중화’ 

“안타까운 점은, 한국 사람이 한국음악을 잘 모른다는 것이에요. 욕심 같아서는 교육 과정부터 바꾸고 싶지요. 기억을 되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가 딱 한 챕터를 제외하고는 다 서양 음악이었어요. 바뀌어야 정상이잖아요? 어려서부터 국악을 접할 기회조차 거의 없고, 알게 돼도 배우기 쉽지 않아요. 또 어렵게 학업을 마쳐도, 이제는 생존이 막막한 게 현실이거든요. 진화하고 커나갈 수 있는 방향 설정이 어려운 구조지요.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담아낸 고유한 전통음악과 악기도 있는데, 전공자는 줄어갑니다. K-POP처럼 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너도나도 즐기는 대중화를 못 해내니까 항상 아쉽죠.”

한 톤 높아진 목소리는 계속 이어집니다.

전통음악*도 두 갈래인데 궁중과 민속으로 나뉘지만, 요즘은 장르 구분조차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전공자가 없어지니까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모차르트도 궁정 음악가였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일반인이 향유하는 클래식이 됐는데 우리 전통음악은 참 요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요. 대중화를 위해서는 앞서 저변 확대가 필수이고, 시장형성이 먼저겠죠. 그런데 지금, 대중 대부분은 민속악을 국악의 거의 전부로 알고 있지 않을까요? 궁정 음악은 둘째 치고, 국악을 배우려고 해도 배울 데가 없어요. 학원도 드물고, 공교육 교과에도 거의 없고, 동호회는 당연히 더 없죠. 전문 국악인으로서 이 부분에 대한 책임감이 마음속 깊이 있습니다.”  

도내 지역 순회공연, 원주 시민국악관현악단과의 공동 작업 같은 그의 행보에는 국악의 저변 확대라는 깊은 속내가 있었던 겁니다. 

*국악진흥법 제2조(정의) 제1호: ‘국악’이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演戱) 등과 이를 재해석·재창작한 공연예술을 말한다.

“항상 지역 소재 레퍼토리를 고민해요. 정선 아리랑처럼 지역 특유의 고유한 정서가 담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연주곡으로 구성한 무대를 선보였을 때 가족이 졸지 않고, 순간 동화해서 공연에 흠뻑 빠져드는, 실패 아닌 연주를 목표로 매번,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창작곡 작업을 계속해서 초연작을 선보이고 싶다는 그.
상임 지휘자로서 국악관현악의 개념 정의를 세우고 싶다는 그.
소소한 국악 동호회가 지역에 만들어지는 길을 트고 싶다는 그. 
소수 정예의 단원 32명 연주단을 이끌고 매일 국악의 대중화를 꿈꾼다는 그.
 그래서 오늘도 밤을 지새우며 작곡 노트에 음표를 그립니다. 

 

그의 작업실 한켠에 놓여 있는 작곡 편곡 노트

글 : 조은노 강원특별자치도청 대변인실                                                    
사진 :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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