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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문화 강국, Korea’를 언급할 때 클래식도 빠지지 않습니다. 
세계 무대를 석권하는 젊은 아티스트를 일컫는 K-클래식 제너레이션. 
이들의 선전이 크게 분위기를 이끌고 있죠. 변화는 이미 2010년 초반부터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홍혜란 성악가에 이어 2014년 황수미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 2015년 문지영 피아니스트의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임지영 바이올리니스트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같은 해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소식은 유럽은 물론 세계 클래식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당시 세계 클래식계는 한국에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떠오르는 별들의 행진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선우예권의 2017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2021년 퀸 엘리자베스에서 박재홍 1위, 김도현 2위. 김태한 성악가는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을 차지, 다시 한번 한국의 위업을 세웠죠. 이제는 개인 연주자뿐 아니라 앙상블 팀도 성과를 냅니다.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 우승 팀인 에스메 콰르텟은 2020년 한스 칼 프라이즈를 수상했습니다.
좋은 소식은 올해도 이어집니다. 박수예 연주자가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에서 1위, 피아니스트 김세현도 파리에서 열린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슴을 뜨겁게 하는 K-클래식의 눈부신 성장은, 당연히 우연이 아닙니다. 
수많은 교사, 교수, 선배 음악가들의 헌신과 희생은 물론이고, 선조부터 이어온 교육 열망, 조기 교육과 경쟁 시스템, 사회적 지원과 글로벌 네트워크, 음악을 사랑하고 노력해 온 예술가들,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 중심에,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예술적 가치의 사회 확산’이라는 대 전제를 위해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끊임없이 노력해 견인 역할을 해온 강원특별자치도의 평창 대관령 음악제(Music in Pyeongchang)가 있습니다. 
이제는 실내악을 기반으로 하는 아시아 최대의 클래식 페스티벌 중 하나로 손꼽히며, 2018년 동계 올림픽의 개최지였던 평창을 중심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는 클래식 음악 축제입니다. 
오롯이 이 축제의 성공을 위해 숨은 조력자로, 때로는 연주자를 빛내는 스텝으로, 객석과 대중의 만족을 위해 1년을 하루 같이 준비하는 이가 있습니다.  총괄 매니저이자 기획자이며 관리자 역할도 맡고 있는 강원문화재단의 박혜영 운영실장입니다. 
지난 7월 23일, 2025년 제21회 개막 공연을 앞두고,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EPISODE 1. 
음악으로 눈뜨고, 축제로 잠드는 일 년 : 오롯이 15년

“시작은 언제나 친구죠. 유럽에서 꼬박 10년을 있었어요. 갈 때는 2~3년 정도? 대학을 졸업하던 그해 베르디 국립음악원에 입학했어요. 사실 갈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유학하면서 유럽의 음악 환경, 시스템이 어떤 부분을 일깨운 것 같았죠.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랄까, 깨달음을 주었죠.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졸업 성적도 꽤 좋았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조교 과정도 수료했어요. 그리고 바로 이탈리아 ALI 아카데미 &에이전시 소속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했죠. 오페라 코치도 겸업했는데, 이때 이탈리아의 극장 운영과 경영을 직접 체감하면서 클래식 시장의 본질과 개념을 이해하게 됐어요. 국내와는 달리, 학업을 마치면 관련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려있는 시스템이었거든요. 돌이켜보면, 그때가 예술 경영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계기 같아요. 그러다가 2005년 말에 귀국해 계명대학교에서 강의와 레슨, 오페라 코치도 하고 무대에도 오르고 했죠. 클래식 전공자의 교과서 같은 생활이 5년 이어지던 때였어요. 당시 기획사를 설립하고 음악제 사업을 따왔던 ㈜봄아트프로젝트의 윤보미 대표가 제안을 해왔어요”

클래식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피아노를 전공한 박 실장은, 경희대학교 음대를 졸업하고 1996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으로 유학, 피아노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두깔레 국제 아카데미아에서 오페라 코치 디플로마(diploma)도 획득했다고 해요. 같은 기간에 피아노 조교 과정도 수료했다네요. 
그의 치열함은 이미 20대에 완성형이었던 것 같아요.
4년 동안 2개의 학위와 전문 과정을 하나 더 끝낸 전력이 이를 증명하는 듯해요.
문화올림픽의 기치를 내세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평창 대관령 음악제가 가장 바빴다던 시기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죠. 2018년 2월 모교 대학원에서 문화예술 경영학과 MBA를 했습니다. 
석사학위만 셋이죠. 야간에 서울과 평창, 춘천을 오가며 악착같이 다녔답니다.

“현장에서 문화 전반을 좀 깊이 알아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해외에 오래 나가 있었기도 했고요. 그래서 문화예술정책을 전공했어요.”

지난 15년,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안정적인 운영의 주춧돌을 세우는 데는 그의 내적 진화도 한몫했을 듯합니다. 

“네, 정말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기 전까지, 심지어 꿈에서도 음악제를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보낸 것 같아요. 15년 동안. 마냥 버티기만 했다면, 이렇게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수는 없었겠죠. 한때 교육자의 길을 꿈꾸었던 음악도로, 연주자 한 사람보다 청중 한 명이 더 늘어나는 것이 문화 인프라 확대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국내 클래식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지금껏 한결같이 열정을 쏟게 하고 이 축제를 지켜온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EPISODE 2. 
음악제가 지켜온 가치 : 클래식 청중의 산실 

그렇습니다. 
평창 대관령 음악제를 톺아보면, 청중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음악 축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2004년 첫 회부터 20회의 연주회 개최와 지역 순회공연, 지역 오케스트라단과의 협연이 있었죠. 당시, 이름도 낯설었던 음악학교에 참가했던 15개국의 130명의 음악학도는 16일간 배우고 연주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평창군 내 초등학교 방문 음악회 일정도 넣었죠. ‘계촌초등학교 전원이 오케스트라단원’으로 언론에 회자하며 계촌마을의 기적이라고 까지 불리는 계촌클래식축제의 시작이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인구 4만 명 남짓한 평창군의 계촌마을은 요즘, 거의 1년 내내 음악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기적이라 불릴만하지 않나요?
‘청중의 양성’. 
평창대관령음악제가 그려낸 성공 신화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이제는 시즌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름은 달리하지만, 여전히 실내악 멘토십과 마스터클래스가 무료로 열리고 참가자들은 마지막에 ‘떠오르는 연주자 공연’ 무대에 오릅니다.

“음악제의 본질은 최고의 공연과 최고의 기획으로 축제를 완성하는 데 있죠. 단순히 연주의 수준뿐 아니라 축제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최고의 방법으로, 최고의 음악제로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특히 음악학교를 통한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것이 첫해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첫 번째 가치예요. 이후 여러 회차를 거듭할수록 보완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청중의 산실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계촌클래식이 생기고 평창이, 클래식의 메카가 돼가고 있구나 싶습니다.”

진지한 그의 음성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금은 사실, 성악, 피아노 할 것 없이 기악과라는 자체가 사라지는 중이에요. 실용음악 전공으로 대체되는 곳도 많고요. 클래식 전공 인구는 감소 추세지만, 수준과 깊이는 성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전공하고 갈 수 있는 직업군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거든요. 현장에서 체감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우리 음악제는 이 부분에 주목해 인재에게 다양한 활로를 제시해 주려고 노력해 왔어요. 해외 연주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시장의 개척, 솔리스트 무대만 아니라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등 더 넓은 음악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고 길을 넓혀 주려고 했죠. 또 축제 기획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진로도 제시하고 싶었고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죠. 그 부분에서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K 클래식 화두에 거론되는 연주자 중에 많은 이들이 평창 음악제를 거쳐 갔습니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이들은 최소 5년 이상 손발을 맞춘 스텝인데요, 이구동성으로 바로 이 부분이 우리의 자랑이자 보람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EPISODE 3.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남긴 것 : 사람과 음악 협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2025년, 올해의 개막 공연은 음악제가 이어온 가치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양성원 예술감독은 주제를 인터 하모니(Inter Harmony)로 발표했는데요, 역대 최대 규모예요. 100여 명의 국립합창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구스타프 밀러 제2번 교향곡 ‘부활’을 연주합니다. 기존 알펜시아 대관령 야외공연장 무대가 작아서 지난 3월부터 철제 무대를 덧붙이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양 감독은 지난해 여름, 20주년 음악제가 열리는 동안 프로그램을 구성, 확정했고 9월부터 연주자 섭외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고 해요. 

“국내에서 최초이고, 유일해요. 이런 유형의 음악제는 비슷한 시기에 태동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현대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리고 윤이상 국제콩쿠르가 핵심이죠. 음악학교가 없지요. 평창 음악제와 가장 다른 부분이에요. 2004년 첫 회 여름 음악학교를 개교한 이후 중단 없이 지금까지 해왔어요. 또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연주자 협연, 앙상블의 조화 등을 통해 음악을 완성하는 아름다운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두죠. 마스터를 통해 배우고, 연주자가 서로 교류하며 깨닫고, 그걸 관중에게 보여줍니다. 청중이 공감하고 즐기는 시간을 만드는 거죠. 목적을 완성하는 겁니다, 한 공간에서 다 함께”
“운영자에게는 1년을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하죠. 강원의 사계 & 4色 콘서트는 1년 내내, 대관령아카데미는 시즌과 연중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하거든요. 7~8월의 여름 축제는 시작과 동시에 2년 후를 준비해야 차질이 없어요. 관중이 음악에 흠뻑 빠져들 때, 예술 감독님은 다음 해의 주제를 정하죠. 그래야 연주 규모와 프로그램을 확정할 수 있죠. 셀 수 없는 실행 과정들이 있고요, 리허설도 남아있죠. 매년 발표하는 세계 초연곡은 이미 음악제의 상징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죠. 1년 혹은 2년을 당겨 사는 삶 같아요.”


EPISODE 4. 
지금도 소망하는 것 : 미래 유산, 평창대관령음악제 

그의 업무 대부분은 조율에 쏠려있다. 
예술감독과 연주자, 초청 객원 연주자와 스텝, 스텝과 스텝, 문화재단과 도청 혹은 평창군청. 혹은 음악제가 열리는 알펜시아리조트와 후원 기업. 
음악 프로그램일 수도, 무대 연출가일 수도, 심지어는 티켓 예매처와도. 
전화가 울리는 순간, 결정하고 답을 바로 내줘야 하는 포지션이다.
88개의 건반과 220여 개의 피아노 줄에서 제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마치 피아노의 조율사처럼 말이다.

관객은 공연만 보지만, 무대 뒤 이면을 준비하는 이.

“아마도 오랫동안 같이해온 지금의 팀원들이 없었다면, 매번 무사히 성공적으로 축제를 끝낼 수는 없었을 거예요. 여름 음악제에 뿌리는 홍보 콘텐츠가 1천 개가 넘거든요, 기획과 운영, 전반을 관리해야죠. 통상적으로 축제가 시작되기 2~4일 전에 자원봉사자가 합류하는데 그럼 운용 인력이 100여 명 가까이 돼요. 이들과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거든요. 사고도 없어야죠. 다들 아시죠? 완벽한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무엇보다 늘, 걱정이죠. 매일 노심초사하지만, 같이 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시간이 흐르는 거죠.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고 촘촘하게 일해온 팀원들에게 늘 감사해요. 음악제가 제게 남겨준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협연이 갖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었다죠.

“안타깝고 아쉬운 점은, 우리 음악제를 즐기는 이들이 지역 주민들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에요. 세계적으로 50년에서 많게는 100년을 가까이 이어온 음악제들은, 지역 주민 참여도가 높은 축제예요. 지역 주민에게 가치가 있을 때, 지켜줄 때, 비로소 역사성이 유지되고, 파생 효과도 높아집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꼭 강원의 유산으로 남겨지기를 바라거든요. 21년이 짧을 수도 있지만, 이 20년으로 앞으로 20년을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거든요.”
지난해 20주년 기념 축제를 준비할 때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는 그.
매년 개막 공연의 첫 음이 객석에 울릴 때, 전율과 기쁨을 느낀다는 그.
매번 폐막 공연을 끝내고, 만족한 관객의 모습에서 보람과 안도를 동시에 느낀다는 그. 
그에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자 곧 음악 그 자체이다.

 

 

글 : 조은노 강원특별자치도청 대변인실
사진 : 강원문화재단 대관령음악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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