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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타인에 주목을 합니다.
아직 이립(而立)에도 미치지 않은 청춘에게도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인가 봅니다.
"들꽃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내면을 담고 싶습니다!"
빛접게 당당한 선언을 들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정선 사북의 고한 18번가 골목이 요즘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하니 동네 어르신들도, 지역 사람들도 관심을 갖습니다. 도시 재생이니 이런 단어들이 회자되더니 알록달록 색칠된 집들이 하나 둘 생기고, 낡은 가옥은 예쁜 카페로 바뀌고, 급기야 30~40대의 청장년들이 운영하는 사무실도 등장하면서 뒷골목이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변화의 주역이었던 이네들의 시선마저도 확 잡아당긴 젊음이 나타났습니다.
(동트는 강원 111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ongtuni&logNo=221488207501&categoryNo=9&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
이 혜진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들꽃 사진관입니다.
은혜슈퍼를 마지막으로 빈 상가였던 자리에 거짓말처럼 근사한 스튜디오가 문을 연지 막 한 달이 되어 갑니다.
현재 고한읍의 주민은 4,735명. 평균 연령 48세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1%가 넘습니다.
이들은 이제 여권 사진 때문에 시내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말은 못 했지만 은근히 고민해 왔던 생전 영정 사진도 걱정을 덜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작은 소읍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이듯, 20대의 젊은 주인장은 단연 눈길을 끌 밖에요.
왜 돌아왔을까요?
고향에서 전격적으로 창업의 길로 뛰어들어 조그만 사진관을 열게 된 그의 귀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사진관 개관을 앞두고 많이 아팠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올 겨울에 좀 혹독하게 아팠습니다. 서둘러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이것을 하고 나면 다른 부분이 툭 튀어나와서 점점 더 할 것이 많아지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한번 개관 일정을 미뤘고 올봄에 문을 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 참 궁금했습니다. 툭 털고 돌아온 까닭이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8년 정도예요. 집을 떠났던 기간이.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는 관계없는 NGO 관련 일을 했어요.(뜬금없게도 계명대 경찰학과 졸업생이었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 생리가 맞지 않아서 결국 진로를 틀었답니다) 일하다 보니 포지션이 애매해지더군요. 뭔가 더 필요했어요. 그래서 일을 접고 본격적으로 사진 공부를 하던 중에 부모님이 시집이라도 가면 이대로 끝이 아니냐고 하시면서 일 년만이라도 같이 살아보자 하시는 거예요. 마침 지치기도 했던 차에 이때다 하고 모르는 척 귀환한 거예요.
저는 지금 행복해요. 카메라를 들었을 때 참 행복해 보인다라는 말을 듣곤 하는 데요, 몸은 힘들어도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삼촌들과 함께 이 골목에서,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 혹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논하면서 서로 이해받고 또 격려도 해주는, 그래서 현재가 가능한 이 순간이 참 벅차요. 도로 안쪽과 도로 밖이 다른 상황이지만 저와 같은 청년들이, 혹은 청년이 될 청소년들이 이 공간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지역에 남아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혹은 저처럼 떠났다가 되돌아왔을 때, 지역에 돌아오면 마치 뭔가 실패해서 귀향한 듯 보는 의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하나의 예가 되고 싶어요. 지역을 떠나서 살아야만 성공한 것 같은 그런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하는 계기가 되면 더 좋고요
- 어찌하다 사진관 개관까지 결심을 했나요?
제일 자주 받는 질문이 '왜 탄광 사진을 찍느냐'는 거예요. 사실 시작은 단순했어요.
돈은 벌어야겠는데 일감은 없지, 그래서 택배 알바를 했어요. 생소한 곳도, 노인 분들도 많이 보게 됐지요. 어느 순간 카메라를 들게 되더라고요. 동원탄좌부터 도계까지 촬영을 하면서 생각이 깊어지더라고요. 그해 겨울 내내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강원랜드에서 알바를 하던 중에 마침 디스커버리 여행 공모전이 열려서 ‘탄광의 흔적을 찾아서, 탄광에 핀 꽃’이란 주제로 응모를 했지요. 인터넷 투표가 반영되는 공모였는데 직원 분들이 막 ‘좋아요’를 눌러 주신 거예요. 이게 일파만파 번져서 조회 수가 높아진 거지요.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알게 되고 다들 기뻐해 주시고 신뢰를 얻게 되었어요. 덕분에 입상을 하고 영국 북동부의 최대 석탄 산지이자 전국 광산노조를 거느리고 있던 광산마을 빔미쉬(Beamish)를 다녀왔습니다. 산업문화유산의 성공 신화를 이룬 곳이에요. 1971년부터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변신해 연간 45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지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졌어요.
불연 듯 NGO 단체 활동의 하나로 연탄 봉사를 했을 때 동료들이 나누던 이야기들이 떠올랐어요.
"아직도 연탄을 쓰는 집이 있어?"
'뭐지?' '우리 동네에는 아직 많이 쓰거든'
알려야겠다. 연탄에서 시작해서 기름과 가스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부를 축적하는 데 광을 캐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졌지요. SNS에 올리면 반응도 빠르게 돌아왔어요.
"석탄 캐는 사람들이 아직 있느냐?" "연탄을 쓰는 사람들이 아직 있느냐?"
이어지는 댓글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는 순간에 희열을 느꼈어요.
- 단순한 사진관 운영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사진관으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냐고 말해요. 저 자신도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사진을 찍고 완성된 사진에서 만족하는 분들을 보면 행복하더라고요. 일단 거기서 출발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누구나 찍는 사진이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만의 시선과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사진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입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 들꽃 사진관은 마을 사진관이자 기록 스튜디오가 되려고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진관의 역할에서 출발해서 5월부터 폐광지역 스냅사진을 촬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모델이 되는 거예요. 커플 스냅, 그리고 포인트가 표시된 마을 지도를 만들어서 관객들이 촬영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기록 스튜디오는 아카이빙 작업으로 들꽃 사진관의 초기 목표이자 장기적인 비전으로 사라져 가는 탄광 문화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또 글로 적어 책으로도 내려고 합니다. 들꽃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내면을 담기 위해 마음을 다해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내일보다 젊을 오늘의 청춘을, 우리의 가족과 마을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어 기록될 아름다운 사진들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필자도 설레었습니다.
지역에 남아 주어 고마웠습니다. 또 앞으로 변화될 고한 18가의 미래가 못내 기대되었습니다.
사진관 개관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 때에도, 개관 이후에 상황을 물을 때에도 한 결 같이 진지하게 답을 하면서도 함박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대표가 바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지 싶었습니다.
글: 조은노 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조은노•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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