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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기다렸습니다.
대관령 국사여성황신(國師女城隍神)을 모티브로 한 ‘호랑이와 여신’이라는 작품을 처음 본 이후  2019년 첫 호 표지에 걸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요.
2년전쯤인가, 당시 강릉문화재단의 이종덕 前사무국장과 인터뷰가 잡혀있어서 집무실에 들렀다가 전시기록을 보게 된 이후였습니다. 귀하게 모아놓은 실사화 정도의 출력물들을 냉큼 뺏어온 이후 시시 때때로 펼쳐보면서 학수고대했지요. 
한국화가 김혜연.
핵가족화를 넘어서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이 국가적 위기 의식을 불러오고 있는 요즘, 늘 가족을 주제로 삼는 그의 그림은 잠깐 보기만 해도 참 따듯해집니다. 뉘든 갖고 싶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시선만 돌려도 바로 알 수 있는 행복이 물씬 담겨 있달까.
아마도 필자에게만 그렇게 다가오는 건 아닌지 청화랑(Chung Art Gallery, 서울 강남)의 디렉터인 김민정 실장도 “몹시 좋아하는 작가”라고 고백을 해옵니다. 그래서라고 합니다. 청화랑에서 초대 작가전을 기획한 이유가요.
'난 니가 참 좋다'라는 주제로 지난 3월7일에 시작해 오는 3월26일까지 전시회가 열립니다.
객원 작가로 연을 맺고 나서도, 전화만 주고 받은 터여서 이때가 기회이다 싶어서 만남을 청하고 서둘러 약속을 잡았습니다. 아름다운 그림들에 묻혀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행복했던 지난 3월12일 청화랑에서 가졌던 그와의 일문 일답을 게재합니다.

Q.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갖는 개인전이시지요?
“그렇치는 않아요. 작년에도 강릉과 서울에서 개인전을 했습니다. ‘난 니가 참 좋다’의 연작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어요. 2008년부터 지난 10년간은 매년 적을 때는 두 번, 많을 때는 한 달에 한번꼴로 전시회를 한적도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서 자료 파일을 확인해 보니 2010년에는 12번 이었습니다. 그 전후 년도에는 모두 5회 이상이었고요. 아마도 다작의 청년기였었던 듯도 합니다)

Q. 80호, 100호 같은 크기의 작품도 많으시던데요…. 도대체 하루에 얼마 동안 작업을 하시나요?
"보통 80호 정도 크기의 그림을 그릴 때는 약 5개월 정도 걸려야 완성이 되거든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저녁 6시정도까지는 그립니다. 일하시는 분들처럼요…… 전시회를 한번 한다고 치면은 통상 20점을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요. 100호 이상의 그림들도 일년에 한 두 점 이상을 그리니까요. 사실 작업공간도 집에 있긴 하지만 강릉의 미술인들이 좋아하는 레지던시 같은 공간이 있어요. 폐교를 창작공간으로 만든 곳인데 제비리 미술인촌이예요. 그곳의 작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테마가 주로 여성이거나 아이들, 가족이던데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신지요?
“가끔 물어들 보시는 데요, 사실 상상하시는 특별한 일 같은 거는 없어요. 아무런 이유 없이 어려서부터 여자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요, 관람객들도 여자아이 그림을 좋아하더라고요.  화랑을 통해서 그림을 가져가는 분들이 있는데 남자아이 그림만 되돌아 오더라고요. 집에 많아요.”라면서 사진 촬영이 “영 어색하다”고 은방울 꽃처럼 수줍게 웃으며 눈을 맞춰주시네요. 집에 남겨진 그림을 보고 아들은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며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Q. 부부가 같이 화가이면서 더구나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시는데.... 쉽지 않을 듯합니다.
 “맞아요. 참 힘든 점이 있어요.(한국화단의 임만혁 화가가 부군입니다. 인터뷰 내내 동석했던 청화랑 유혜선 대표는 부군의 작품을 좋아하다보니 오래전에 인연을 맺게됐음을 첨언 해줍니다.)  지금에서는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제 그림의 세계관이 더 달라지고 확고해졌지만요. 갓 결혼했을 때는 좋기만 했지요. 화단은 물론이고 인생의 선배이기 때문에 도움도 많이 받았지요. 그림에 대한 조언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한국화이고 또 선을 통해서 그리다 보니 '같은 톤'이다, '화풍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게 된 거지요. 여성이란 소재에 대해 천착하게 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거 같아요 그 일들이. 아기를 낳고 가정주부이자 어머니가 되고 나니 생명에 대한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여성이란 주제와 결합하게 되었어요. 거기에 자연이란 전제가 합쳐졌어요. 그림을 보신 분들이 여신을 닮았다는 말들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명의 여신, 숲의 여신이 되더군요”

 

Q. 지역을 모티브로 한 그림들도 그리고 계신데요...
“한 번은 지역 인물을 주제로 하는 그룹 기획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 때 단오제의 국사여성황신에 관해 알게 되었는데 이거다 싶었죠. 그러면서 대관령도, 바다도 그리게 되더군요. 막상 해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2016년에 첫 호를 그리게 되었는데 반응도 좋고 이야기 할 것도 많고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 그리다 보니까 제 색깔이 찾아가게 되어서 더 재미있더라고요. ‘아! 이런 이야기들도 있었구나’ 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들을 알게 된 거지요. 앞으로도 상징적인 지역의 콘텐츠를 녹여내고 싶어요”라며 “남자들은 절대 그릴 수 없는 여자들을 그리게 된 거지요. 통상 남성들이 표현하는 여성상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독립적인 모습들을 표현하게 된 거예요. 태몽에 관련된 모습도 그리기 시작했지요. 페미니즘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그린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지요”

아이들을 키우는 주류 세대들이 자녀들 방에 하나쯤은 벽면에 걸고 싶은 그림. 하나 밖에 없는 원하를 내 집 거실에 걸어두면 훌륭한 인테리어로, 내 아이 방에 두면 밝고 건강해져서. 한지에 그려 더 선명하고 마치 만화처럼 보이는 데 오히려 동양화인 그림. 그래서 재치 있다는 평을 받는 다고도 하네요.  젊은 연령대가 좋아해 어느 정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김 작가는 오는 5월 청화랑과 함께 홍콩에서 개최되는 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현재 동트는 강원의 표지 작가로 활동중입니다.

글: 조은노
사진: 김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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