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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스포츠 지면의 헤드라인을 차지하며 며칠 동안 화제가 됐던 한국 수영.
지난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황선우(20) 선수는 25일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4초 42로 자신이 보유했던 종전 기록을 0.05초 앞당기며 동메달을 차지했지요. 또 경영 종목에 출전한 김우민(22), 최동열(24), 양재훈(25), 김영범(강원체고 2년) 선수 역시 모두 한국 신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경영 종목에서 나온 8개의 한국 신기록을 이들이 이뤄냈습니다.
오는 9월 항정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요즘,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일까요? 아닙니다. 
수영 관계자들이라면, 알만 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안다는, 한창 주목받은 지 오래라는 그 강원의 선수들입니다!                             최동열, 양재훈, 김우민, 황선우 선수는 모두 강원특별자치도청 소속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청 수영팀은 현재 경영 부문 10명, 다이빙 4명의 선수 가운데 경영에서만 4명의 국가대표를 보유한 최강팀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을까요?
‘강원특별자치도청 수영팀의 기록이 곧 한국 수영의 역사가 되고 있다’라는 언급이 과하다 느껴지지 않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한국 수영의 신기록 수립 행진.
그 중심에는 선수들만큼이나 하루하루를 초조하고 뜨겁게 보낸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특별자치도의 수영팀을 이끄는 이보은 감독입니다.
지난 2016년 8월 이후 팀을 맡아 이들을 선발하고, 매일 0.01초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훈련을 진행해 온 그.

그 어느 때보다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7월 파리 하계 올림픽의 시상대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 한몫을 해낸 이 감독과의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수영팀이 한국 수영계 이끄는 형국입니다. 인사를 많이 받으셨지요?
“네. 감사합니다. 참 지난할 수 있는 매일, 같은 시간들을 견디고 늘 치열하게 훈련해 온 결과를 보답받고 있는 것 같아서 참 기쁘고 행복합니다. 최근 몇 년간 경기력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노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거든요. 선수 개개인이 워낙 성실한 데다 팀 분위기도 최상이어서 앞으로도 아마 더 좋은 기록들이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처음에 팀을 꾸릴 때부터 선수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한 팀이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평소 중요하다고 가장 생각해 온 팀워크를 만드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췄어요. 기록과  경기력 향상은 팀 분위기가 좌우를 해요. 국제대회에서 입상하고 메달 딸 수 있는 그런 선수들을 원했어요. 당연하게 선발할 때 최우선 조건으로 인성을 살펴봤죠. 팀원을 구성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선수들은 준비를 성실히 했고요. 이런 선순환이 축적이 되어온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분위기가 좋다고 하셨는데 그걸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 같습니다만
“예 어렵죠. 정말요. 선수들이 보통 하루에 수영을 한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를 하고 오전 오후로 나눠 추가 체력 훈련을 2시간 정도 합니다. 사실상 거의 물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체력 보강과 수영장 연습 훈련의 반복이지요. 물론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중요한 경기를 직전에 앞두고 있을 때는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두지만 이렇게 일상을 반복하는 패턴에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죠. 그래서 사실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선수들이 그냥 다 만들어간 것 같습니다. 성격도 좋고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만 모아 뽑았느냐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을 정도니까요”

# 그러니까 어떻게 그렇게, 마치 선견지명이라도 있으신 것처럼 우수한 선수들을 선발하셨죠?
 “우선 안정적이고 단단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속에서 계속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고, 그래서 국위 선양도 할 수 있는 지역팀을 만들고 싶었어요. 선수 선발이 중요했죠. 선수로서의 가능성은 물론이지만 팀워크를 위해 인성을 최우선으로 두었죠. 인성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해도 오래 못 가거든요. 그 점에 주목했는데 옳은 선택이었지요.”

# 강원특별자치도청 소속 선수들이 지속해서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심지어 성적도 좋습니다. 점유율도 높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앞설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어서 앞으로 계속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세계선수권에 진입을 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기록 경신중이죠. 요즘 기세로 봐서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내년 올림픽에서도 선전을 할 거예요,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요. 황 선수가 자유형 100m, 200m에 특화해 있다면 김 선수는 400m와 800m, 1,500m까지 두각을 보이고 있죠. 지난해 자유형 400m에서 세계선수권 6위를 했죠. 이번 후쿠오카 결승에서 3분 43초 92로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5위로 한 단계 올라섰죠. 800m에서는 7분 47초 69로 터치했는데 박태환 선수의 한국 기록을 앞섰습니다. 또 우리 팀에는 평영 종목에서 괄목하고 있는 최 선수도 있지요.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종목도, 현역 선수 폭도 넓어지는 중이에요. 국내 수영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외국처럼 수영이 기본 과목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수영 인구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저변 확대는 꼭 필요합니다. 노력한 만큼, 뭔가를 이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발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선진국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이제는 전지훈련도 자주 하고 전망은 무척 밝다고 봅니다.”

# 현역 시절 못지않게 감독으로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계신 것 같은데요.
“현역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감독을 하면서 가르치는 일도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았죠. 개인적으로는 정말 물을 좋아합니다. 아마 다시 태어나도 선수를 하고 또 수영에 관계된 일을 했을걸요. 요즘은 정말 지금 이런 시기에 우리 선수들을 만나서 너무 행복합니다. 이 인연을 이어가면서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더 얻고 싶지요” 

#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감독님만의 특별한 훈련법이라든지, 팀을 이끄는 방법이라든지, 변화를 위해 추진한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특별하게 무슨 마법을 부릴 만한 그런 훈련은 없어요. 개별적으로 이 선수한테 정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아채서 꾸준하게 피드백이 오고 가고, 기록 향상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거지요. 다들 하는 겁니다. 다만 수영의 특성이 개인 기록이 중요한 종목이다 보니 사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주류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에 따른 고충이 자주 발생해요. 그래서 하나의 팀, 원 팀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을 많이 했어요. 우리 팀으로 오고 나서 더 잘 된 선수들이 많아진 가장 큰 요인은 팀플레이를 중요시하는 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선수들한테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속담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고요.”

 “특히 자기만의 레이스가 필요하다고 늘 강조합니다. 훈련 중이거나 아니면 대회 직전이라면 더욱더 강하게 얘기해요. 시합이나 각종 선발전에서, 국제 대회 때 긴장도가 너무 높아지면 몸이 굳어서 제 기량을 발휘를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경험 부족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연습은 잘했는데 막상 시합이 닥치면 정신이 분산되고, 다른 선수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다 순간적으로 페이스를 잃는 거지요.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기록 경신을 목표로 경주마처럼 본인만의 레이스를 가지라고 합니다. 연습처럼,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전광판을 터치했을 때 후회가 남지 않게 하자 이렇게 저는 평소에 얘기합니다.”

# 제일 어려우셨을 때가 언제였어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제일 어려웠을 때는 항상, 지금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운동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가 계속 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에요. 잘하는 선수들도 기록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고, 또 필연적인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도 있지요. 이 시기를 어떻게 빠르게 극복하느냐 그런 부분이 제일 어려웠죠. 저도 겪었고 알게 되었죠. 슬럼프 극복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래서 삶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항상 가질 수 있도록 관리를 합니다.”

#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으시다면
“계속 이대로만, 지금처럼만 싶습니다. 선수들하고 대화가 잘 이뤄지고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 탄탄한 팀으로 유지를 하고, 언제나 우리 선수들이 좀 더 많이 세계대회에 출전하기를 바라고 또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입니다. 사실 마음으로는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다 싶기도 합니다.” 

#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해서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직 선수로서 시작 전인 청소년은 물론 형, 언니, 누나를 보면서 꿈을 키워갈 텐데요. 내 꿈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해야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 때때로 가 아닌 항상 절실한 노력, 그것도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전해지는 소식으로 수영계가 주목했던 그 주말. 
벅찬 소식을 뒤로하고 이 감독은 중국 청도로 향했습니다. 8월 8일까지 열리는 제31회 청도하계세계대학 경기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수영팀의 코치를 맡아 다이빙 부분 감독인 김은희 코치(강원특별자치도청)와 함께 떠났습니다. 
주목할 점은 강원특별자치도청 소속의 전지훈・연희윤・김성주・송임규 선수 4명, 다이빙의 강민혁・김나현・권하림 3명의 선수 또한 국가 대표로 선발, 이번 대회에 출전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감독이 강조했던 선수층의 저변 확대, 앞으로 점점 더 세계 수영대회에서 이름을 알리는 한국 선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 기사는 지난해 여름 강원체육고교 체육관에서의 만남, 지난 7월 31일 중국 현지 전화 통화로 추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글 : 조은노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사진 : 박상운・전영민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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