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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속초 청초호 수변에 위치한 칠성조선소를 찾았습니다.
71년의 역사, 삼대를 걸쳐온 조선소는 이제 살롱으로, 카페로, 전시 연주회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빛바랜 간판, 녹슨 뱃길과 닻... 곳곳에 피어오른 세월의 흔적은 속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야기합니다.
– 편집자 註 –
# 속초를 닮은 조선소, 칠성
Q. 조선소 입구부터 옛 모습 그대로네요.
A. (최윤성) 1952년에 할아버지(최칠봉)께서 지금 이 자리에 조선소를 여셨습니다. 원래 이름은 '원산조선소'였어요. 고향이 원산이셨거든요. 이북에 계셨을 때 배 목수로 일하셨어요. 올해(인터뷰 당시 2022년)로 70년간 조선소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Q. 한 세기를 향해가는 조선소. 운영은 어떠했나요.
A. (최윤성) 속초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속초가 실향민의 도시에서 수산업의 도시였다가 지금은 관광도시가 됐잖아요. 이곳도 처음에는 실향민인 할아버지께서 조선소를 세우셨고, 아버지께서 물려받으시며 속초 수산업 부흥과 함께 황금기를 맞았어요. 어획량이 감소하고 종사자들의 연령층도 점점 높아지면서, 지금은 관광객, 일반분들이 오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속초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Q.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시나 봐요. SNS에서 조선소 사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던데요. 명소가 된 조선소.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요?
A. (최윤성) 2017년 8월까지 조선소로 운영됐어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곳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어떤 식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님 정리를 해야 될까'... 부모님께서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하셨어요.
일단 워낙 제한적인 고객들이잖아요. 새 배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일인데 그 숫자도, 수요도 계속 줄어 매년 운영이 힘들어졌죠. 어느 정도 고정 수입은 있었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었죠.
계기라기보다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모님은 이곳을 정리하려고 내 논 상태였어요. 그때 '와이 크래프트 보츠(Y-craft boats)'라는 이름으로 레저선박 배를 만들고, 만드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공유하는 공간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카페자리에서 말이에요.
Q. 카누, 카약, 서프보드. 레저선박이 요즘 인기잖아요.
A. (최윤성) 일단 조선소가 계속 운영되려면 '레저선박으로 조금씩 비중을 늘리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조선소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무리해서 투자했다가 몇 년 동안 수입이 거의 없어서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정말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조금은 전과 다른 방향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저 이렇게 정리하는 것보다는 계속 뭔가가 이 공간에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Q. (인터뷰 장소) 여기에 걸려있는 '비를 맞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습니다'라는 글귀와 상황이 상통하는 듯하네요.
A. (최윤성) 그 시기에 강원경제창조혁신센터를 만났어요. 저와 아내 모두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였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클래스(수업)도 열어보고 했는데, 강원센터에서 연락이 왔어요. 지금의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 초창기(2016년)에 '청년 혁신가'라는 이름의 사업이 있었을 때였어요.
청년 창업가, 스타트업 업체를 한 달에 50만 원씩 지원해 주고 멘토링해 주는 사업이었어요. 그때 저희 이야기를 듣고 멘토분들이 같이 밤을 새우며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어요.
그때 '우리가 잘못하고 있던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힘을 많이 얻었어요.
그 계기로 완성한 사업계획 프레젠테이션이 전국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전국을 다니며 조선소 이야기를 발표했어요. 국회의사당에서도 발표해 보고...(웃음)
'우리는 앞으로 이렇게 바꾸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예요.
Q. 그래서 조선소는 어떻게 변한 건가요?
지금 인터뷰하는 곳(입구 옆건물 2층)은 처음에 조선소 사무실로, 나중에는 직원분들이 식사하는 곳이었어요. 60년대 지어진 건물이에요. 처음 들어왔을 때 입간판이 걸린 사진 찍었던 방이 사무실이었어요. 조선소에 처음 들어오는 공간이었고, 지금도 제일 처음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어서, 이곳에 대한 정보 없이 오는 분들에게 여기가 진짜 조선소였고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간단하게라도 볼 수 있게 꾸몄어요.
그 옆에 2, 3번 방이 있어요. 2번 방에선 영상물을 만들어요. 저희가 '칠성조선소' 폰트를 만들었는데, 서체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조선소 철길이야기, 배 목수에 대한 동영상 등을 만들어서 짧은 공연들을 상영하는 방이에요. 지금은 다른 준비를 하고 있어요.
비정기적으로 밴드공연, 연극, 무용, 독립영화제도 하고 있어요. 아트 페어도 작년 10월에 처음으로 열었고요. 조선소 이야기를 한 번씩 정리해서 전시하기도 하고, 새로운 콘텐츠들로 공간을 채우고 있어요. 딱 2번 방에서만 하지 않아요. 작년에는 야외에서 한 경우가 많았고, 카페 내부에서 하는 경우도 있었고, 3번 방에서도 했어요. 뮤지션들이 원하는 방에서 하는 편이에요.
야외공간은 배를 올리고 만들고 수리해서 바다로 보내던 곳이에요. 입구 오른편은 가족이 살던 집이에요. 대학교 가기 전, 19살 때까지 살았어요. 처음 2년 동안 카페를 연 건물이기도 해요. 저에게 좀 특별한 게 아예 예산 0원에서 공사를 시작했어요. 철거부터 모든 공사를 직접 했어요. 바닥 시멘트 미장, 화장실 타일, 부엌 배관... 옛것들을 다 뜯어내는 것부터 거의 다 직접 해서 특별한 감정이 있는 곳이죠. 지금은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지금 카페로 쓰이는 곳은 그 건너편 건물이에요. 원래 배를 만들던 곳이여서 '오픈 팩토리'라고 불려요. 아직도 2층 아래쪽에는 조그맣게 오픈 작업실이 있어요. 작년에도 작긴 하지만 배 8척 정도 만들었어요. 매일 같이 배 만드는 일은 하지 못해도 기회가 되면 계속하고는 있어요. 그렇게 이곳을 운영하고 있죠.
Q. 손자가 운영하는 조선소. 달라진게 많아보이는데요.
A. (최윤성) 전체 공간은 여전히 칠성조선소입니다. 이 안에서 음료를 마시고 전시를 보고 쉴 수 있는 살롱을 더한 거예요. 팩토리 공간, 전시 뮤지엄 공간, 쉼 공간을 합쳤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배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를 각 공간들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이건 저희만의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한 일이에요. 독립적으로 공간을 운영해야 하고, 이 공간에 성격을 만들고, 어떤 부분에 날을 세워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요.
내부적으로 단단하게 다지고, (카페 식음료) 맛에 대해 날카롭게 고민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심에 서있는 것은 이 공간들의 성격이에요. '칠성조선소라는 공간으로 어떻게 남이 있어야 될까'. 계속 배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도 그래서고요.
Q. 앞으로 변할 칠성조선소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A. (최윤성)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잘 되게, 좋은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해요. 좋은 뮤지션을 모셔오고 그런데... 아직 보러 오시는 분이 많지 않아요. 무료든 유료든. 속초 인구가 8만밖에 안돼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게 조금 더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요즘 많아요.
사실 공연하시는 분들도 좋은 공간에서 공연을 할 때 사람이 없으면 흥이 덜 나잖아요. 그런 게 고민이고 그런 좋은 공연도 꾸준히 될 수 있게 하고 싶고...
전시도 마찬가지예요. 일 년에 한 두 개 하는 굵직한 행사들도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이러한 공간이 잘 유지되려면 사업적으로도 잘 운영해야 하는데 '카페는 어떻게 해야 잘 운영이 될까'라는 고민이 항상 있고요.
앞으로도 좋은 공간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또 해나갈 겁니다.
글 : 전영민 / 사진 : 박상운
칠성조선소. 속초시 중앙로 46번길 45. 033-633-2309. 영업시간 11:00 ~ 20:00
Tip 별도 주차장이 없다. 칠성조선소 건너편 공영주차장에 주차(무료)하면 된다. 자세한 전시, 공연 일정은 칠성조선소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chilsungboatyard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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