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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11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호평받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교수(줄리아드 음대), 정명화 첼리스트,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손열음 피아니스트에 이어서 네 번째 예술 감독으로 취임한 양성원 첼리스트.
데뷔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는 연주회는 물론 지속적인 음반 출시와 해외 음악제도 주관하며 첼리스트로도 왕성한 활동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음악제 개최를 앞두고 지난 6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기자 간담회에서 양 감독이 밝힌 소감, 의미와 비전을 정리했습니다.

★ 20살의 평창 대관령 음악제로 예술 감독을 맡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해외에서 12년 동안 음악제를 해 왔는데 또 2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룬 평창 대관령 음악제 감독을 맡아서 깊은 책임을 느끼고요. 20주년을 맞아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특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단단한 음악 축제가 되고, 세계 여러 곳에서 평창을 찾아오고 우리 음악가를 해외로 보내는 그런 교류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싶고요. 확장과정에서는 세계 유명 음악가 초청 못지않게 수준 높은 국내 음악가와 함께하는 비중도 맞추려고 합니다. 해외 파트너십을 추진해 내년에는 유럽의 유서 깊은 음악제와 교류 예정입니다. 

★ 20주년을 맞은 이 음악제의 정체성과 앞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요? 

평창대관령 음악제는 이미 대표적인 한국 음악제예요. 지난 20년간 축척된 가치, 그 토대 위에 가장 핵심적인 예술적인 최고 수준을 추구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라 참여 음악가와 관객 모두가 매년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방향성과 발전을 모색하려 합니다. 
특히 평창은 대도시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는 자연이 있는 곳인 만큼 어렵다는 곡들조차 마음을 뚫고, 깊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다운 환경에서 감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예전에 자주 들었던 작품이라도 재해석이 가능한 음악가를 초청해 새로운 음악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3년, 6년, 10년 후에도 평창 하면 다양한 예술성과 참신한 정체성을 보유한 음악 제전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네요.
우선, 감독으로 첫 번째로 한 일은 장점과 아주 극소수의 단점을 파악했어요. 장점을  발전시켜 뿌리를 공고하게 하려고 고민했죠. 그중의 하나가 정체성입니다.  해외 음악가를 섭외하던 중 알게 됐습니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다른 행사로 알고 있더군요.  ‘더 그레이트 마운틴스 뮤직 페스티벌’, ‘평창 뮤직 페스티벌’ 이 혼재해 썼던 까닭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정체성을 ‘뮤직 인 평창(Music in Pyeongchang)’으로 분명하게 자리매김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라이브 인 평창(Live in  Pyeongchang)'이라는 타이틀로 음원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가을 전후로 하이라이트 음원을 사이트를 통해 모바일, PC에 내려받아 소장할 수 있도록 배포할 계획입니다. 시리즈로 후원자들에게 라이브 인 평창 무대에서 이루어졌었던 공연을 고스란히 담아서 서비스하겠습니다. 

★ 해외 유수의 축제들과 교류의 장을 넓히신다고 밝히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는지요?

세계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차원에서 이탈리아 시에나 키지아나 페스티벌과 더불어 올해로 90주년을 맞은 캐나다 밴프 아트센터(Banff Center for the Arts)와도 파트너십을 맺었어요. 내년에 키지아나에서 한국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고 또 한국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출신의 훌륭한 음악가를 평창에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음악가를 맞바꿔 연주의 기회를 얻고 멘토 프로그램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 상황입니다. 평창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캐나다 로키산맥의 밴프 아츠는 1백 년 가까운 역사에도 현대적인 음악 축제로 발전해 주목을 받고 있죠.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일테면, 우리 연주자와 함께 곡을 만들고 컬래버레이션으로 세계 초연 무대를 올린다든지, 레지던시 프로그램 같은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 해외에서 주관하신 음악제는 어떤 성격으로 어디에서 진행하는지요?

2011년부터 ‘오원 페스티벌’을 열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 출신 동료들과 창단한 실내악단 ‘트리오 오원’이 주관하는데요, 한 장소가 아니라 프랑스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매년 다른 지역에서 개최해요. 청각, 시각, 미각, 후각의 오감이 어우러지는 실내악 페스티벌이죠. 또 2018년부터 프랑스 와인 명산지인 부르고뉴 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베토벤 드 보네(Festival Beethoven de Beaune)의 감독으로 활동해 왔고요, 2013년부터는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 페스티벌의 기획도 해왔어요. 그런데 이 행사를 매년 주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항상 어려운 시기가 있죠. 개최를 못 할 때도 있었죠. 재정이라든지, 코로나 팬데믹이라든지, 여러 가지 이유가 생깁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경험하고 쌓아온 매우 소중한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 감독이라는 이 역할이 큰 부담이 되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년간 눈부시게 성장한 평창 대관령 음악제를 더 단단한 음악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가장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될까요? 

20주년의 테마를 결정할 때 첫 1회의 때의 주제였던 자연을 가져오기로 하면서 평창 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었고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개막 곡으로 선곡했고 비발디의 ‘사계’까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편성했죠. 또 평창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아티스트를 우선 배정했습니다. 또 마스터 클래스에는 멘토 과정을 신설했어요. 참가자가 자신과 어울리는 고유한 색채를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분들도 모셨습니다. 또 사회적, 국제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예술가들을 초청했어요. 올해 가장 화제가 될 것도 같습니다. 키이우 비르투오지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릅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했습니다.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특강도 있습니다. 악보는 무척 수학적이죠. 어떤 요소가 감동의 순간을 만드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음악으로 완성되어 가는지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 역대 어느 주기보다 준비기간이 짧아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말 힘들었죠. 4월 초에는 생전 처음 어지럼증이 생길 정도였어요. 하지만 굉장히 역동적이었고 도전을 마주하니 오히려 힘이 나더군요. 보통 1년 동안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다행히 훌륭한 분들을 많이 모시고 좋은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물론 아쉬움이 있지만 24년, 25년이 있으니까요. 사실 오늘 오전에도 내년과 후년에 오게 될 이들과 메일도 주고받고 했습니다. 주로 젊은 연주자들인데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24년, 25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도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강화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찾아가는 음악회는 물론이고 찾아가는 가족 음악회를 신설해 더 확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성영화와 즉석에서 어울리는 연주를 하는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손잡고 어린 도민들이 와서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고요. 평창과 원주, 춘천, 강릉에서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실내악을 보여주고 대관령의 숲 속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매우 흥미로운 청각적 자극을 선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조금의 예산이라도 남는다면 크리스마스 전에 또 도민들을 위해서 재미있는 공연을 준비할 수 있으면 싶습니다.

★ 20주년의 평창 대관령 음악제가 가져온 가장 큰 수혜 중 하나는 평창군민의 클래식 인구 저변확대입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다른 시군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 지요?

물론입니다. 열심히 고민할 부분입니다. 음악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도구죠. 어린이가 청소년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클래식의 한 과정이라도 부여할 수 있다면, 미래의 연주자에게 공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만큼 중요하고, 다음 세대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각 지역에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있다면 이들과 교류하면서 연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시간들을 거치다 보면 강원 청소년 오케스트라단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요. 클래식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불멸의 명곡 가운데 일부는 각 나라의 민요가 기반이 된 곡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중요하게 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가 바로 사라져 가는 민요를 발굴하고 악보로 기록하고 또 연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작업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결국은 도민들의 담론이 모아지는 과정도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 조은노 강원특별자치도 대변인실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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